top of page

“도박의 결말은 파국이었다” 장점은커녕 치부만 드러낸 무색무취한 경기력 V리그

  • 작성자 사진: 정은 이
    정은 이
  • 1월 5일
  • 2분 분량



결국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대한항공은 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5~2026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에 세트 스코어 0-3(17-25, 14-25, 18-25)으로 완패했다. 내용은 결과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세 세트 모두 20점에도 미치지 못했고, 팀 공격 성공률은 34.07%까지 떨어지며 힘과 완성도에서 완전히 밀렸다.


이날 헤난 달 조토 감독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정지석과 임재영의 이탈로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이 급격히 약화된 상황에서, 카일 러셀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돌리고 임동혁을 선발 아포짓으로 기용하는 이른바 ‘더블 해머’ 전략을 꺼내 든 것이다.

의도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기존 전력만으로 정면 승부를 펼치기엔 한계가 분명했고, 특히 사이드 블로킹이 무너지면 레오와 허수봉의 공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러셀을 OH로 기용해 블로킹 높이를 보강하고, 화력전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구상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도박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러셀이 리시브 라인에 서는 순간, 기대했던 모든 장점이 약점으로 바뀌었다. 리시브에 익숙하지 않은 러셀은 효율 15.38%에 그치며 흔들렸고, 그 여파는 정한용과 료헤이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결국 대한항공은 임동혁까지 가담시킨 4인 리시브로 버텨야 할 정도로 수비 라인이 붕괴됐다.


현대캐피탈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상대 리시브가 이미 불안하다는 것을 인지한 상황에서 무리할 이유가 없었고, 힘을 조절한 코스 서브로 러셀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그 결과 양 팀의 리시브 효율은 13% 이상 차이가 났다(대한항공 26.15%, 현대캐피탈 39.53%).

러셀의 레프트 블로킹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호진을 상대로 높이 우위를 갖고 있었음에도 코스 대응에 실패하며 킬 블록 하나를 기록하지 못했다. 서브, 블로킹, 유효 블록 모든 지표에서 밀리며(서브 득점 1-5, 블로킹 2-9, 유효 블록 10-13) 더블 해머는 남는 것 없는 선택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이 전술의 핵심이었던 공격 패턴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러셀 파이프와 임동혁의 라이트 공격을 활용한 이지선다는 경기 내내 한 번도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러셀은 1세트 5-5 상황에서 시도한 첫 파이프 공격이 빗나간 뒤 끝내 리듬을 찾지 못했고, 임동혁 역시 최근 이어진 공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속공 자원을 보유한 팀이며, 파이프 활용에 최적화된 전력을 갖추고 있다. 헤난 감독이 경기 전부터 러셀의 파이프에 기대를 걸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임동혁이 공격에서 존재감을 보여 블로커를 끌어당기기만 했다면, 러셀의 파이프는 충분히 위력적인 무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리시브 불안, 임동혁의 침묵, 러셀의 흔들림이 겹치며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도박을 선택한 이유 자체는 납득할 만하다. 정규시즌이 진행 중인 만큼, 이번 실패를 하나의 실험이자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패배 속에서도 보여줘야 할 가능성과 메시지마저 남기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한 문제다. 질 수는 있어도, 해볼 것은 해보고 졌어야 했다. 그렇지 못했기에 이날의 패배는 더 씁쓸하게 남는다.



댓글


© 2035 by Site Name. Powered and secured by Wix

bottom of page